시끄러운 벨소리의 자명종 소리에 일어났다…
그런데, 내가 언제 저런 벨소리의 자명종을 샀었지? 하고 일어나자 모르는 방이었다.

어제는 분명히…부하직원이 회사 일로 큰 실수를 저질러서, 일단은 꾸짖고 회사 일을 마친 후에 호프로
데려가서 달래주며 같이 술을 마신 후, 집에 돌아가서 잤다. 거기까지 분명히 기억난다. 그것 뿐이다.

왜 이런 장소에 있는 것일까? 게다가 7시에 일어나도 늦지 않는데 아직 6시. 그건 그렇다 치고 좁고 더러운 방
이다. 우선 집주인부터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일어서자, 거울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것은 내가 아니고 어제 꾸짖은 부하였다.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담대함에 감탄했다. 어쨌거나 그럼 나와 부하직원이 몸이 바뀌었
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녀석도 지금쯤 내 방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겠지. 서둘러 출근해서 나를 만나러 가야겠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걸 보면 녀석은 아무래도 회사에서 멀리 사는 모양이다.


「여, 안녕」하고,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게 되자 조금 재미있다. …그러나 이상하다. 나는 별로 이렇게 아침에 붙임성
있게 말을 먼저 걸거나 하지 않는다. 역시 녀석은 나로 변한 것일까?

「에, 안녕…하십니까. 저, 그런데 오늘, 뭔가 이상한 일 없습니까?」

나 자신에게 존댓말을 쓰자니 묘하다. 하지만 이걸로 녀석도 이 뒤바뀜을 상담해오겠지.

「…? 아니, 별로?」

미묘한 침묵이 신경쓰인다. 분명 녀석이 틀림없다. 그러나 좀 더 증거가 없다면 이쪽이 불리하다.

그리고 하루종일, 일하는 태도나 말투, 행동을 은근히 보고 있었지만 이건 그야말로 "나 그 자체"이다.
아니 미묘하게 나보다 조금 더 밝아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녀석과 바뀐 것이 아닌 것일까? 그렇다면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지만, 이것은 좋게보면 "내가 젊어진"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내 자신의 생각은 그대로. 방이 비좁다는 점과 출근이 불편하다는 문제는 조금 걱정거리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태어난 느낌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춰둔 자명종이 울렸다. 내 집이다.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나는 나로
돌아온 상태였다. 날짜도 어제 날짜이다. …아무래도 그건 꿈이었던 것 같다. 꿈에서 있었던 일을 실망하는
것도 조금 우습지만…재미있는 꿈이었으니 됐어, 하며 여느 때처럼 출근했다.

출근 거리가 짧다는 것만으로도「아, 역시 내 인생이 좋구만」하고 느끼고 있었는데, 마침 요 앞에 그 녀석이
걷고 있었다.

「여, 안녕」하고 인사를 했다.

꿈이라고는 해도, 뭔가 이 녀석이 조금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 안녕…하십니까. 저, 그런데 오늘, 뭔가 이상한 일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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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1 2007/10/11 2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ㄷㄷㄷ 괴담인가..

  2. 나왯 2007/10/11 2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시간&인격 문제?

    부하직원의 오늘은 어제의 나?

  3. kitten 2007/10/11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오..

  4. 이것은 바로 2007/10/11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이트 샐러리맨 아타락시아
    <<배드엔딩. 무한루프:그날 밤의 호프집으로 돌아가 후배에게 건네줘야하는 조언을 떠올려라>>

  5. 잭 더 리퍼 2007/10/11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비가 장주가 된건지 장주가 나비가 된건지 모르겠소이다

    • 레드센터 2007/10/12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주가 아니라 장자... 이른바 호접몽의 고사

    • Kaboom 2007/10/12 15: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주'나 '장자'모두 맞는 말입니다. 장주(莊周)가 본명이며,

      장자는 높여부르는 말입니다. (공자, 맹자, 노자..모두

      '자(子)'가 이름이 아닙니다-_-)

  6. 리노 2007/10/12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시간을 달리는 1>> (...)

  7. 엘숑 2007/10/12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무한반복.

  8. ... 2007/10/12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다면 부하의 인격은 어디로(...)

  9. 나나미 2007/10/12 0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뭔가 +ㅁ+

  10. 코끼리엘리사 2007/10/12 1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옴싹옴싹한게 끝내주네요.
    근데. 그럼 그 후배의 정신은 어디로 사라진걸까요 [...]

  11. 놋09 2007/10/12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키리사키 입니까..

  12. 허허 2007/10/12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하직원의 인격은, 지금 제 옆에 잠들어 있습니다.

  13. 피오 2007/10/12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허/ 그럼 제 안에 있는 이분은 누구신지….

  14. 꼬마 2007/10/12 1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한루프;;;

  15. lella 2007/10/12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4별관 고고싱..;;;;

  16. HHH 2007/10/13 0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상사가 되면 입씻고 부하가 되었을때만 뭔가 어필을 하는걸

  17. 햄짱 2007/11/04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괴담이다;ㅅ;

  18. 돼지 2008/07/16 2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나더 원 바이처 더스트..

  19. .... 2009/03/06 0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 인생을 사느니 뭐니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경마장에 갔어야지...

  20. a 2016/08/23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부하직원 생활

    • 뚱시 2017/09/19 19:32  댓글주소  수정/삭제

      히잌... 이런 글에 이런 댓글이 달리다니...

      잠든줄 알았는데 죽은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