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경마장에 다녀왔습니다. 1년 경마구경의 백미, 야간경마거든요. 사실 지난 주에도 다녀왔지만 지난
주에는 같이 간 아가씨의 통금시간 때문에 낮에만 구경하고 오느라 진정한 야간경마를 못 봤었지요. 그러고
보니 이번 달에는 7월 7일, 14일, 오늘 21일까지 다 갔으니 이번 달에는 매주 경마장에 간 셈이네요.

오늘은 사실 경마장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다보니 심심하기도 하고, 야간경마 보러가고
싶기도 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리라쨩 모든 일상의 발목을 붙잡는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돈
이었습니다. 지갑을 열고 서랍을 뒤져 숨어있던 천원짜리 한 장까지 탈탈 끌어모으니 1만 3천원이 되더군요.
거기에 언제나 리라쨩이 어디 가자고 하면 순박하게 따라오는 노예 친구 서 모 군을 살살 꼬셔서 갔습니다.
녀석은 돈이 없다며 동전으로 9천원을 가져오는, 리라쨩보다 한술 더 뜨는 똥배짱을 구사하였습니다. 어쨌든
참 좋은 친구입니다. 최근 리라쨩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원화를 맡고 있기도 하지요.

그렇게 한참을 떠들며 늦게 6시가 다되어 출발한 우리는 7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습니다.

뉘엇뉘엇 해가 넘어갈 무렵의 관람대 구관 건물 뒷편. 보통이라면 이 시간이면 경마를 마치고 집에 도착할
무렵이겠지만 야간경마, 그것도 늦게 온 날의 경마장에서 노을을 구경하니 새삼 감회가 새롭습니다.

적당히 어영부영하며 시간을 보내노라니 경주로도 벌겋게 노을로 물이 들었습니다. 야간경마를 위해 쫙
켜진 조명이 멋집니다.

그렇게 저와 친구는 9경주, 10경주 딱 두 경주만 했는데 두 경주 모두 아쉽게 빗나갔습니다. 특히 9
경주는 5-1 쌍승으로 걸었는데 생각치도 않았던 10번말이 1등으로 들어와 꽝. 많이 아쉬웠습니다.

열심히 경마를 구경하시고 배팅하시는 관람객 분들. 근데 불과 2~3년전만 해도 아가씨나 제 또래의 젊은
경마팬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영화 각설탕 이후로 참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오늘 본
한 커플은 보통의 경우와 달리 여자가 먼저 남자 손을 이끌면서, 남자가 "아 이런데를 왜 와, 참!"하니까
여자가 "재미있잖아! (초롱초롱)"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더군요.

관람석에도 조명이 들어오는데, 음, 영화 각설탕을 보신 분들이라면 야간경마가 얼마나 멋진지 조금 아실
수 있을지도.

이렇게 보니까 또 구관건물도 꽤 멋있어보이네요.


이렇게 불이 환하게 들어온 기가 막히게 멋진 관중석에서, 관중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면 참 정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어요.




대낮같이 밝은 주로.



참, 루미나리에도 한답니다. 멋진 곳도 많은데 사진은 거의 안 찍었네요. 어쨌든 나름 멋집니다.
사진은 안 찍었는데, 왠 재즈가수(?)가 공연도 하더군요. 노래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친구와 저는 즐겁게 야간경마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포스팅 제목이 왜 '마지막 경마'냐면, 이제 당분간 경마장에는 안 가려구요. 뭐랄까, 지난 몇 년간
제가 나름대로 경마에 대해 꿈꾸었던 환상이나 즐거움, 기대했던 것을 모두 이뤄봤다고나 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들더군요.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경마로 돈도 따보았고, 승부의 순간에서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대단한 긴장감도
느껴보았고, 예쁜 아가씨랑 같이 경마공원을 거닐어 보기도 했고, 돈을 잃고 씁쓸함을 느껴보기도 했고,
베테랑 마꾼 아저씨와 날아간 승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해보기도 했고, 경마장 매점에서 만두나 컵라면을
사먹어보기도 했고, 대박의 꿈을 안고 경마장을 향하기도, 경마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 경마장을 향하기도,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대공원에 놀러가기 전에 잠깐 들려 돈을 따가기도 했고, 친구와 함께,
아는 이들과 함께 여럿이 함께 경마장에 가보았고, 마지막으로 오늘처럼 꿈에 그리던 야간경마(실은 제가
매번 기회가 안 되어서 야간경마 할 때면 한번도 못 가봤거든요)도 가보았고. 해보고 싶었던 것은 거진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경마에 대한 모든 기억은 제 젊은 날의 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둘까, 하는 마음에 더
이상은 '말밥 주기'도, '경마장에 돈을 맡겨두고 오기'도 그만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래도
언젠가 또 예쁜 아가씨가 "같이 경마장 가요! 경마 좀 가르쳐주세요!"하면 옳다꾸나 하며 가이드 겸 선생님
으로 따라갈 수야 있겠지요☆)

어쨌든 4천원 남겨와서 친구와 함께 집 앞 김밥천국에서 김밥 4줄을 먹고(지불을 모조리 동전으로--) 배
두드리며 돌아와 씻고 이렇게 보고하는 리라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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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나 2007/07/22 0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첫댓글이다 첫댓글(...묘하게 기쁘다)

  2. sr 2007/07/22 0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마를 통한 꿈은 모두 이룬건가..

  3. 왕소라 2007/07/22 0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까 경마장에 갈돈이 없다는 소리군요.

    떠단다거나 은퇴게시물의 속뜻을 여기서 봤는대
    안녕히 = 다시 온다는 소리
    떠나겠습니다 = 잡아달라는 소리
    과거에는 이런곳이 아니었는대 떠나겠다 = 원로임을 자랑하는 글

  4. 왕소라 2007/07/22 0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라짱이 다시 경마장에 갈 수 있도록 광고클릭 3회
    리라짱을 잡아드리죠
    떠나지 마세요

  5. ampstyle 2007/07/22 0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훈훈하네요

  6. 길손 2007/07/22 0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간경마라...낭만적이네요.
    돈도 땄으면 금상첨화www

  7. Lunatix 2007/07/22 0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지난 주에도 다녀왔지만 지난 주에는 같이 간 아가씨의 통금시간 때문에 낮에만 구경하고 오느라 "
    주목해야할 포인트는 저곳이라 생각해

  8. 사이리클 2007/07/22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쁜 아가씨랑 같이 경마공원을 거닐어 보기도 했고
    이곳도 포인트...
    누굽니까!!
    그냥 아가씨도 아니고 예쁜 아가씨라니!!

  9. 지나가던 손님 2007/07/22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주 마지막 경마군요

  10. Tumnaselda 2007/07/22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의 마지막 경마

  11. 앙괩 2007/07/23 0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가던 손님 2007/07/22 12:2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번주 마지막 경마군요
    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
    아 경마장 가고 싶다 리라쨩 안가신다니 서군 꼬셔서 가야지..

  12. 은비 2007/07/23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주 마지막경마가 되겟군요 ㅇ<-<
    담주에 같이 경마장 가요! 경마 좀 가르쳐주세요! <<복사붙여넣기
    저번주에 잃은거 이번에 따야죠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