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너츠

5ch 컨텐츠 2008/11/10 16:10

학생시절, 서류수속을 위해 1년 반만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의 일. 
사실은 하루 묵고 올 예정이었지만 친구들과 놀 예정이 생긴 터라 결국 당일치기로 다녀오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사인이나 도장을 받은 후, 돌아가려고 현관에서 신발끈을 묶고 있자 아버지가 회사에서 돌아오셨다.

말 수가 적고 무뚝뚝하신 분이라 나는 항상 아버지가 부담스러웠고, 함께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던 난 아버지가
귀가하기 전에 끝내고 싶었다. 사실 당일치기, 아니 아예 통학이 불가능한 거리의 학교를 선택하게 된 것 자체가
집에서 나오기 위한 이유 중 하나였다.

아버지가「그냥 자고 가지」라고 했지만 나는「조금 바빠서」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했고, 그러자 아버지는
들고 계셨던 도너츠 상자를 나에게 건내주셨다

「이거 줄테니, 열차 안에서 먹어라. 가면서 배고플테니」

역에 도착하자 이미 전 열차가 출발한지 얼마 안 됐고,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배도 출출하고 해서, 아버지로부터 받은 도너츠 상자를 열었다.

3개씩 3종류가 들어있었다. 아마 나, 아버지, 어머니 세 가족이 3개씩 먹자고 사오신 것이겠지.
그렇지만 나 혼자 9개를 다 먹을 수는 없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직후-

문득 아버지의 정이 느껴졌다. 그저 그 분은 감정표현이 서투르실 뿐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륵 흘렀다.

여러가지 감정이나 추억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사라졌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안타깝거나 씁쓸했던 기억 뿐이라,
갖고 있던 포켓티슈를 다 쓰도록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다음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나는 역 앞의 벤치에서
계속 쭉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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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범H 2008/11/10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아버지한테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될 날이 올까요 ㄱ-
    집이 껄끄러워서 원룸잡아 나온 선어부비취인 저는..

  2. 엠피 2008/11/10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물인가..??..으음...적응이 안되...

  3. 보논 2008/11/10 1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갑자기 훈훈한게 오늘따라 2개나 링크가 뜨네요

  4. ㅁㄴㅇㄹ 2008/11/10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랫 놈인가

  5. 선배거긴안돼 2008/11/10 1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으로 다시 돌아가!! ㅠㅠ

  6. 챠챠 2008/11/10 1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까요. 돌아가서 같이 도너츠를 먹고 오세요 'ㅅ'/

  7. elderis 2008/11/10 1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수늬권... 훈훈하네요. 그저 부모님의 사랑이란 것은... 후...

  8. -_- 2008/11/10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골에 살고 있는 나는;; 고향 이라는 말에 당연히 시골일꺼라 생각했고,

    시골에도 도너츠 가게가 있는 일본이 부러움;;;

    • 챠챠 2008/11/11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너츠라기보단

      도나쓰.

    • ㅂㅂ 2008/11/11 1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쩌라는건지..

    • 치즈크래커 2008/11/14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골도.. 읍내가면 빵가게 하나쯤은 있고..
      거기서 도너츠를 판매하죠...
      도너츠가 크리스피 크림이나 던킨에서만 파는건 아닙니다...

    • 아악ㅎㅎ 2008/11/14 1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골이라고해도 미스터도넛정도는있던데..+_+
      그리고 시골이나 고향이라고 표현해도,
      실은 본가,라고해야하나 부모님이 계신 실가 라고 생각하면..

  9. 아갓투매직스틱 2008/11/10 2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아버지와 술 같이 먹으면서 사랑합니다 아버지 사랑한다 아들아 하는 사이인데 참 저런집은 힘들겠어요. 저녁시간안에 집에 못들어갈꺼같으면 집에 전화 꼭 넣어야지 안그러면 아버지 저 기달리느라 저녁늦어지는 집입니다....

  10. 만차스 2008/11/10 2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11. 뚱뚱한팬더 2008/11/10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훈훈...
    사실 반전을 기대했다 1인

  12. 라파군 2008/11/10 2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른 집으로 돌아가!!...더 이상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13. 그러니 2008/11/10 2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채널 답지 않다

  14. 눈뜬장님 2008/11/11 0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께서 저정도로 다가오시는데...
    뭘 더 기다리십니까?
    아버지께서 더 다가와주시길 바라기보다는...
    자식이 먼저 더 다가서야지요.
    아마 기억을 못해서 그러하지... 우리가 어렸을때 어떤 일화들이 있었을까요?

  15. 프로비 2008/11/11 0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집 떠나서 대학다니는데. 집에 다녀올때, 역에서 맨날 울어요.

    전공 맘에 안 들어서 매일 방황하는데. 등록금 대주시는거 죄송해서 말도 못하고.

    불효자는 웁니다. ㅠ_ㅠ

  16. 눈팅만하던놈 2008/11/11 0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은 츤데레...

  17. 빠져 2008/11/11 0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젠장.. 왜 내가 오버랩되지..?

  18. 주문 2008/11/11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분들은 모두 승리자 입니다
    오늘부터 효도 시작하세요...
    전 패배자...

  19. dd 2008/11/11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의 한장면 같네

  20. 2008/11/11 1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애들은 이런 얘기 참 잘 지어내네..

  21. 꼬알 2008/11/11 16: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존나 감동적이네여...

  22. D.D 2008/11/11 2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께서 생일날 사주신 농구공을 잃어버렸을때 그 망연자실했던 일이 생각나는 글..

  23. mm 2008/11/11 2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양권의 아버지는 조낸 불쌍해. 서양남들처럼 표현하는법을 배우지 않아서 가족들과 서먹서먹 하지. 한국 기러기 아빠봐. 가장 이쁠나이에 애들이 떠나서 돈만 버는 기계가 되지. 그리고 애들이 돌아와서 취직이나 잘하면 모를까, 30대까지 취직못하고 빌빌 거려봐 그것도 속상하지.
    한국 아버지들 어떤면에서 참 안타까움.

  24. 아스나리카 2008/11/12 0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아빠랑 사이가 몹시 좋은 편이어서; 아버지의 정은 훈훈합니다!

  25. 작은악마 2008/11/12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 이구나!!!


    어제 저녁에 집에들어가는데... 갑자기 파*바*트라는 빵집이 보였어요.. 빵? 밥을 먹어야지..
    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그쪽엔 던*도*츠가 있는방향..

    문듯 그집에 슈크림을 팔았는데... 란 생각이 들면서 유달리 슈크림을 좋아하는 전... 맛있어 보였는데 란 생각과 도너츠? 를 떠올리니 알수없는 사가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집방향이 아닌 그쪽 방향으로 걸어갔고.
    슈크림든거랑 요거트크림인지가 든거랑 해서 개당 600원짜릴 10개나 사고 그외 도너츠도 애기거 작은거랑 해서 등등 사가지고 즐겁게 집에 들어갔죠.

    밥먹고 배좀 꺼지면 먹어야지.. 마누라것도 딸내미 것도 샀으니까 다같이 간식시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집에 드가자.. 그거뭐야? 빼빼로 데이라고 이거 사왔어? 고마워~ 잘 먹을께~ 하며 낚아채간 마누라와...
    난 밥을 먹고 마누라는... 내 슈크림을 다 먹어치우는 현실에 잠깐 어질 하는 사이에..
    마누라는 이미 동네사는 친구 아줌마에게 자랑까지 하고 있는사태가.....

    .... 저건 이미 내거가 아니구나....

    하며 눈물을 머금고 손을 흔들었고

    겨우 슈크림 하나와 그 요거트크림 하나 두개 건져 먹었습니다 ㅜ.ㅡ
    아침에 출근때 남은 도너츠가 보였지만 차마 먹을수도 없었고.. 이제 집에가도 흔적을 찾아볼수 없을테고...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만든 도너츠에 대한 유혹이 어서 시작된건가 했더니... 이글!!!!


    여기까지 쓰고보니 글쓴이의 아버지도 ( ``)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하신게 아닐까 싶은 맘이....

  26. 모에스트로 2008/11/13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랑 사이가 좋지 않아서 별거중이라 공감이 안가네요.
    얼마나 안좋은진...부자간에 믿음이 없는 정도...랄까...

    • 작은앙마 2008/11/14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버지와 사이가 나빠 십몇년을 따로 산 선배로써 말해보는데..


      사이가 나쁜것과 믿음이 없는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반대로 사이가 나쁠수록 믿음이 깊다는 의미가 되죠.
      믿음이란건 서로를 잘 알기에 나오는것이고
      상대가 내가 이러면 이럴거다라는걸 알기에 가까이 가지 않더라도.
      그것 자체가 믿음이죠.

      저사람은 내가 할말에 반대할거야!

      라는 믿음 같은식으로.


      왜 이런말을 하냐면

      사이가 나쁜것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어요.
      저넘은 내돈을 사기치고 날 비방하고 속이기만 했어!
      저딴놈하곤 가까이 지내선 안되! 같은.. 악의의 믿음으로 발현되는것도 있지만

      서로간의 배려가 잘못된방향으로 치닫아 생기는 경우도 있죠.

      대개 부모와 자식간의 경우엔 후자구요.
      (물론 아주 간혹 아닌경우도 있지만 그런경우엔 님처럼 얘기하는경우가 거의 없더군요. 아예 말을 안하거나 더 심하게 말하죠)

      어릴때부터 제가 하고자 일에 너무 반대를 하고 방해를 해서 아버지와 사이가 나쁘지만 그게 나쁜맘은 없고 나름 위할려고 했다는것 정도는 알고. 그럴거라 믿습니다.
      워낙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내가 뭐라 하면 어떤 생각을 할지도 보이니.. 그게 바로 믿음이죠. 이러면 저러겠구나의 믿음.

      그런 믿음이 쌓인 사이가 나쁨은.. 언젠간 사라집니다.

      내가 아집으로 뚤뚤 뭉쳐서 그걸 풀생각을 안한다면 계속 그 사이로 멈출 수도 있지만...


      결혼하기전에도 혼자 서울에서 일하며 살때도 간혹 집에가면 뭐먹을래? 틈날때마다 묻습니다.
      워낙에 말랐었고(특히 집에있을때) 제가 돈 아낀다고 먹을거 안사먹는다는 얘기도 간혹 해서 아니.. 걱정되서겠죠 다 아는데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됐어요
      전 저 땜시 집돈 쓰는것 자체가 싫었거든요 -_- 그래서 학비도 내가 벌어 냈는데 먹을거 먹겠다고 이것 저것 사는게 싫었죠. 아버지는 또 뭐 먹고 싶다 그러면 차끌고 나가서 잔뜩 사올 타입인지라..
      전 양도 적은데.

      -_- 뭐 무뚝뚝함과 무뚝뚝함이 만나 극치의 격돌을 벌이지만..

      제가 맘먹은건.. 그냥 맘은 고스란히 이해하자.
      나와 아버지 사이가 갑자기 좋아질거란 생각은 안하지만..

      난 나대로 아버진 아버지대로 서로를 이해하면..

      그것이 최고의 부자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는거죠...


      -_- 뭐 만나면 싸우면 어때요. 서로 믿음이 있다면 충분하지..
      라고 -_-; 말입니다.

    • 보안관조수 2010/08/13 1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작은앙마님 말씀같은 경우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저는 아빠라는 인간이 엄마 죽게 내버려두고
      딴 여자 데리고 들어와서 엄마라고 하라질 않나
      나중엔 돌아가신 엄마 욕까지 하는거 보고
      정말 진심을 담아 죽여버리고 싶어졌기 때문에
      작은앙마님 글에 공감이 하나도 안되네요...
      지금이라도 당장 죽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죽여버리고 싶지만 용기가 안납니다..
      그냥 빨리 아무 병이나 걸려서 뒤져버려

  27. ㅇㅇ 2008/11/14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그 도넛은 지금 제 옆에서..

  28. 'ㅅ' 2008/11/16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숨겨진 개그 코드를 찾느라 애쓴건 나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