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눈물

전파만세 2007/01/21 08:05

어릴 적, 동생이 동네의 어떤 큰 형에게 놀림을 당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굵은 눈물을 흩뿌리며 집에
온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맞벌이 가정으로, 어릴 적부터 둘이 있을 때는 동생을 잘 지켜주라는 부모님의 말씀대로
나는 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형이었기에 그런 동생의 눈물을 본 나는 참지 못했고 주먹을 꼭 쥐고 곧바로
뛰어나가 그 큰 형에게 싸움을 걸었다.


당연히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길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겁도 나지
않았다. 단지, 소중한 동생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한 녀석에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을 뿐이었다.
설령 얻어맞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저 동생을 위해 싸운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역시나 그 형에게 무참히도 얻어맞았다.

하지만 대충 몰골을 추스리고 집으로 돌아온 나. 동생은 어디를 갔다왔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단지 나가서
좋게좋게 이야기하고 왔다고 얼버무렸다.


그때 동생은 더욱 굵은 눈물을 흘리며 내 품에 안겼다.


"형...나...봤어..."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이 이야기는, 2ch의 번역이 아니라, 어릴 적의 제 이야기입니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다 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습니다. 당시에 꼬맹이였던 제 동생은 지금 수방사 헌병대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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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ㅂㅈㄷ 2007/01/21 1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미가 울었다 ㅠㅠ

  2. 창조신 2007/01/21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저런거 쉽지 않을텐데

  3. 꼬마 2007/01/21 1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고!(엄지를 치켜세운다.)

  4. 코끼리엘리사 2007/01/21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드라마틱해서 믿기 힘들정도에요 ;ㅁ;

  5. telemann 2007/01/21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제의 끈끈한 정이 느껴지네요.

  6. MrGeek 2007/01/21 15: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브라보 유어 라이프.

  7. 메슈가 2007/01/21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마이갇 헌병대;;

    수방사면 그래도 좀 편하겠네요. 헌병이면 각을 죽어라 잡아야 겠지만;;

  8. 소린 2007/01/21 1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차가 많은 형과는 안좋은 기억 뿐입니다-_-) -3

  9. 엘레인 2007/01/21 1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역으로 누나를 놀린 옆집 형형(아버지 친구분 아들-_-)을 야삽 어택했다가 아버지께 무진장 혼났던게 기억나네요.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플레이[...]

  10. 주스오빠 2007/01/21 2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형은 나 괴롭혔었는데;;

  11. 리베드 2007/01/21 2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라라.. 갑자기 코가 찡해지네요;; 크으응;;

  12. 잭 더 리퍼 2007/01/22 0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애좋은 형제라니, 정말 부럽군요.

  13. 라랄라 2007/01/22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그 반대로군요. 언니지만 우애가 지독히 나쁜적도 여러번. 주기적이긴 하지만요..

  14. 그레아 2007/02/16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윽...형제애;ㅁ;글썽글썽 합니다. 저는 동생을 죽도록 싫어하지만<

  15. 강이스이 2007/05/11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있네요 ...... 저한테도 남동생이 있는데 .......... 글쓰신분 과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지요 .
    몸이 굳더군요 ................... 후우 ....................... 형이 되어서.......두고두고 후회됩니다.
    머리는 , 마음은 움직이라고 명령하는데 ...... 몸이 움직이지 않았던 나 .......
    나는 겁장이 인가 봅니다 ................. ㅜㅜ


    더 비참한 것은 ....................................................
    반대로 제가 맞고 들어온 날이 있었는데 ...... 제 동생은 죽기 살기로 싸웠었던 적이 있었죠 ............. ㅜㅜ

  16. 작은악마 2008/10/29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동생은 없으나...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대처법이.. ( ``)



    힘으로 복수를 못할때는.. 머릴써서 복수를 하면 된다... 였죠.. -_-;;
    숨어서 그넘 가방 훔쳐다가 쓰레기통에 넣어두고...
    다른 애 물건 훔쳐다가 그애 가방에 넣기도 하고..
    그외로도 등등... 한 보름정도 -_-.. 꽤 잘 괴롭혔던거 같습니다.....

    당한애가 이건 너무 심한거 아닌가.. 생각할때까지... ( ``)



    어릴때 얘기고.. 고딩때쯤에.. 친구들끼리... 술마시고 거의 맛이 간 3넘을 데리고 가는데...
    이넘들이 평상시처럼... 길가다 마주친 군인에게 시비를....
    ... 그건도 군인 5명인데! 나만 술이 덜취해 재정신이고 애들 집에 데려다 주던 중인데!
    첨엔 내가 어찌 사과 할려고 했는데.. 애들은 점점 심해지고..
    싸울판.... 사실 나 두고 술취한 세넘이랑 군인은 이미 주먹이 오고간 상태 -_-

    혼자 멀쩡한 정신에 -_- 갈때까지 갔구나 하고 껴서 싸우고나서..
    말이 싸우고지.. 이 세넘자식은 싸움 시작한지 얼마안되서 지들 술기운에 두어방에 그냥 쓰러져서 비비대고 있고
    멀쩡히 아무 타격없이 화만 이빠이 난 상태로 제정신이 아닌 군인 5과 나 의 구도가 되고...

    군화발이 얼마나 무서운건지만 알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17. 아부라 2009/04/21 2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그때 그 형은 내 옆에 엎드려 있다...








    라고 하면 개그가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