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23'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6/08/23 청소기 방문판매원 (20)
  2. 2006/08/23 작별회 (7)
  3. 2006/08/23 약속 (6)
  4. 2006/08/23 두 나라의 국방정책 (3)
  5. 2006/08/23 복수 (6)
  6. 2006/08/23 스페인의 투우장 (9)
  7. 2006/08/23 노인과 청년 (10)
  8. 2006/08/23 개그와 여유, 그리고 생각. (10)

한 베테랑 청소기 방문판매원이 새 개척지역의 첫번째 집을 방문했다.

그가 노크를 하자, 한 상냥해 보이는 할머니가 문을 열었다. 그는 그 순간 문을 비집고 들어가
할머니의 말을 듣지도 않고 성큼성큼 거실까지 들어간 뒤 소 거름을 카페트 위에다 흩뿌리면서
말했다.

「사모님, 이 청소기를 구매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만약 이 청소기로 이 거름을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제가 이 거름을 모두 먹겠습니다! 」

판매원은 자신이 있었다. 청소기의 성능은 판매원인 그 스스로도 인정할 정도로 우수했고, 또 이렇게
직접 그 성능을 호언장담하며 보여주면 거의 100이면 100 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에게 윙크를 하면서 말했다.

「케챱이라도 뿌려줄까요?」

세일즈맨은 여유있게 웃으며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시죠? 이 청소기의 성능은 대단합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한창 더 여유있는 자세로 말했다.

「아니, 그보다도. 우리 집은 이사해 온지 얼마 되지 않되어서, 아직 전기가 개통되지 않았어요」
 

작별회

5ch 컨텐츠 2006/08/23 13:34


초등학생 때 조금 덧셈, 뺄셈이나, 말하는 템포가 조금 늦은 A군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림은 제법 잘 그리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하늘을 잘 그렸다. 
보고 있노라면 빠져버릴 것만 같은 멋진 색 사용에 어린 마음이었지만 진심으로 감탄하곤 했다.

담임이었던 N선생님은 산수 시간에, 풀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도 그 아이에게 답변을
묻곤했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손가락을 꼬며 음...음...하고 대답을 하려고 하는 모습을 주위의 녀석
들은 비웃었다. N선생님은 대답이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몇번이나 말하게 했다.
나는 N선생님이 정말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얼마 전, N선생님은 다른 학교에 전근을 가게 되었고
그 작별식를 전교 조회시간에 하게되었다. 그래서 학생 대표로 작별의 말을 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선생님에게 제일 도움을 받았으니까, A군이 말하는게 당연하지"하고 말한 바보녀석이 있었다.
작별식에서, 모두의 앞에 서서 말을 더듬거리는 그의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작별식에서 A군이 남긴 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저를, 보통 아이들과 함께 공부시켜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A군의 감사의 말은 10 분 이상 이어졌다.  
수채화 그림도구의 색 사용법을 가르쳐 준 것.
방과 후에 주판을 공부시켜 준 것.

그 사이, 이야기를 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단지, N선생님이 부들부들 떨면서 오열을 참으며 훌쩍이는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퍼질 뿐이었다.  

약속

5ch 컨텐츠 2006/08/23 13:19


버스에 탑승한, 오타쿠스러운 풍모의 못생긴 남자 3인조.

그 중의 한 명이 휴대폰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화상대는 여자아이같다.

「여보세요? 다음 주 토요일쯤에 시간있어? 같이 안 놀래?」
「그래? 그럼 6월은?」
「7월도 힘들어?」
「그럼 언제쯤 한가해?」
「응? 가을?」

...너, 거절당하고 있는거야.


쿠파 왕국에서는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성을 지하에 만들었으며, 용암이나 불덩어리의 함정을
겹겹이 설치하였다. 게다가 마법을 사용하여 여러가지 생체병기를 생산,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일곱 명의
쿠파들에게 각각의 거점을 분담해지키게 하였다.

그 결과, 쿠파 왕국은 그 누가 쳐들어와도 함락시키기 어려운, 강력한 국방 능력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한편, 버섯 왕국에서는 배관공 아저씨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복수

5ch 컨텐츠 2006/08/23 12:52

해외파병으로 몇 개월이나 먼 나라로 떠나가 있던 한 병사.
어느 날 조국에 두고 온 연인으로부터 오래간만의 편지를 받았다. 기쁜 마음에 봉투를 뜯었으나 그 내용은
실로 뜻밖의 것이었다.

「미안해요.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보낸 제 사진들 전부 돌려받고 싶어요」

병사는 대쇼크였다. 그리고 분노했다.

다음날 간신히 기분을 진정시킨 병사는 숙소의 동료들에게 부탁해, 여러 여성의 사진을 닥치는대로 모았다.
그리고 그것을 답장에 같이 집어넣어 그녀에게 보냈다.

「미안하지만, 어느 사진이 너였는지 생각이 안나. 그러니까, 네 것만 적당히 골라서 가져가고 나머지는
  다시 보내주길 바래」
투우가 번성한 스페인. 그 스페인의 어떤 투우장 근처에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매일,
투우사에 의해 생을 마감한 불쌍한 소들의 고환이 진미로 단골손님들에게 대접되었다.

손님    「평소대로 부탁할게」
웨이터 「잘 알겠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손님    「고맙···응? 오늘 건 왜 이렇게 작아? 오늘은 뭐 송아지를 상대하기라도 한거야? 한심한 투우사군!」
웨이터 「네, 정말 한심한 투우사입니다. 덕분에 오늘은 소가 이겨서···.」

노인과 청년

5ch 컨텐츠 2006/08/23 12:31

어느 청년이 해변에서 알고 지내던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인사하는 김에 청년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보게, 자네는 어부가 되고 싶다고 했지? 그런데 무섭지 않나? 네 할아버지는 고기잡이에 나왔다가
  돌아가셨어. 그리고 네 부친도 고기잡이 도중 바다에서 돌아가셨지. 그런데도 자네는 바다가 무섭지
  않나?」

그 말을 듣고 청년은 말했다.

「할아범, 할아범도 이상한 사람이야. 할아범의 할아버지는 집의 침대에서 돌아가셨잖아. 그리고, 할아범의
  아버지도 집의 침대에서 돌아가셨고. 그런데도 어떻게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매일 집에 돌아가 침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잘 수 있는거지?」

아주 가끔이지만, 이 블로그의 레퍼러를 훑어볼 때가 있습니다. 어느 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이 블로그를
보아주시는걸까? 하는 호기심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이 블로그를 소개하는 글의 답글도 읽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는 말이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에서)우리나라와는 개그 센스가 다르네요" "하이개그네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네, 이 블로그에 소개된 개그 중에는 읽자마자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그런 개그가
있는가 하면, 다 읽은 다음에 한번 더 생각했을 때에야 피식 하고 웃음이 흘러나오거나, 직접적으로는
중요한 웃음의 포인트를 표현하지 않은, 행간을 읽어내야만 그 진정한 개그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는
그러한 개그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후자에 속하는 개그들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신선함, 혹은 생소함을 느끼신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리 주위의 개그들이 즉효성, 즉발성 웃음으로 편중되어 있길래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확실히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요 근래의 TV의 개그 프로그램
이나 인터넷의 유머글 중, 한번 머리를 굴려본 이후에야 뒤늦게 깨닫고 무릎을 탁 치며 "으하하!" 하고
웃게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불암 시리즈가 유행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개그가 드물지만
한 두 개씩은 섞여있었던 것 같은데요)

과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웃음조차도 빨리 빨리, 즉시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런 개그에만
노출되고 익숙해져가는 것일까요.

읽자마자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그런 개그도, 뒤늦게 의미를 깨닫고 무릎을 치며 웃게되는 그런 개그도
잘 섞여, 균형있게 웃을 수 있는(?) 개그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