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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0 초등학교 시절의 바보같은 경쟁 (18)
  2. 2006/09/10 닌텐도 DS Lite의 추억 (4)


초등학생 시절, 우리 반에 이상한 열풍이 불었는데, 그것은 "가장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녀석이 그 날의
영웅" 놀이였다.

예를 들어 급식으로 수박이 나오면, 그 한계까지 먹는 도전이 시작되어 흰 부분까지 먹는 녀석이 나오는가
하면 마지막엔 껍질까지 먹는 녀석이 나와 결국 녀석이 그 날의 영웅이 되는 것이었다.

다음 날, 급식으로「삶은 달걀」이 나왔다. 나는 오늘에야말로 영웅이 되자고 다짐했다.

「나는 씹지 않고 삼키겠어!」

라며 통째로 삼켰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녀석들도 손쉽게 클리어 했고, 곧이어

「나는 껍질까지 먹겠어!」

라며 껍질까지 먹는 녀석이 나왔다. 모두의 시선은 그 녀석에게 집중되었고, "오늘의 영웅"은 거의
그 녀석으로 굳어져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도 그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기로 결심했다. 삶은 달걀을 찍어먹는 소금병이 몇 개 준비되어 있었으므로 난

「나는 이 맛소금을 단번에 마셔버리겠어!」

라며 뚜겅을 열고 맛소금을 단번에 삼켰다. 목이 타는 듯이 뜨거웠지만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며 간신히
눈물 한방울 찔끔! 하며 삼켰다. 반 친구 모두들은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5시간 쯤의 수업 중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 그렇지만 영웅이 된 주제에 양호실에 가는 것은
너무 멋이 없다고 생각해서 필사적으로 참았지만 결국 한계가 찾아왔다.

나는 책상 위에 토해 버렸다

그랬더니 조금 전 먹었던 삶은 달걀이 통째로 올라왔다.  

그 날부터 나의 별명은 「피콜로」가 되었다


지난 주, 저녁 5시 반 쯤이었다, 우연히 요도바시에 들렀다. 게임 판매장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보니 닌텐도 DS Lite를 게릴라 판매하고 있었다.

별로 살 생각은 없었지만 모처럼의 기회다 보니 사려고 줄을 섰다.
내 바로 뒤에 줄을 선 사람은 초등학교2~3학년 정도의 여자아이와 그 엄마.
여자아이는 한 손으로는 엄마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동물의 숲"이라는 소프트를 잡고 있었다.

뒤에서,「00쨩, 오늘은 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그 엄마가 말을 걸어도 여자아이는 가만히 입다물고
동물의 숲을 든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마도 한번 허탕친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또 걱정
되는 것이겠지.

잠시 후에 간판을 가진 점원이 오더니 내 뒤에「죄송합니다, DS Lite는 여기까지 팝니다」라며 큰 소리로
그 사실을 알렸다. 뒤돌아보자, 여자아이는 얼굴을 올려다보며 가냘픈 소리로,「엄마아···」라며 그대로
절규했다. 눈물이 차오르더니,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 엄마는,

「00쨩, 어쩔 수 없으니까 다음에 또 오자」

라며 어떻게든 달래려고 했지만, 여자아이는 동물의 숲 소프트를 손에 꾹 쥐고 소리없이 눈물만 방울방울
떨어뜨리고 있었다.

난 뒤에 있는 점원에게,

「나는 됐으니까 이 아이한테 파세요」

라며  열에서 빠져나왔다. 그 엄마의,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오빠, 고마워요」

라는 여자 아이의 울음 반 웃음 반 얼굴을 보면서. 너무나 큰 흐뭇함을 느꼈다. 닌텐도 DS Lite, 고마워.




...물론 전부 지어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