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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22 아스팔트 위의 사마귀 (6)

어제 있었던 일이야. 대낮부터 회식에 갔다 왔다.
이런 시간에 술을 마시다니, 너무 한심스럽다. 바보다. 바보 집단이다. 바보 일행이다.
그러나 그런 어리석은 행위에 적당히 동참하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는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는
점은 확실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적당히 마시는 척하며 속이는 작전을 취하기로 했다.
그 작전이 성공해, 난 곤드레 만드레 취한 바보 모두를 비웃으며 회식자리를 떴다.

약간 기분이 좋아진 채로 자전거를 타며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전방에 사마귀가 나타났던 것이다. 사마귀라고, 사마귀라고! 너…! 석양을 배경으로 아스팔트
위에 멈춰선 사마귀. 그 광경은 친숙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나는 안타까운 기분이 되어 그 사마귀를 목표로 돌을 던졌다. 사마귀 하면 위협 포즈.위협 포즈
하면 사마귀.

나는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사마귀가 그런 슬픈 모습이 아니라 그 특유의 위협 포즈를 취해
주길 빌었던 것이다.

그런 나의 뜨거운 기대에 응해 주었는지, 사마귀는 양팔을 상공에 높게 들었다. 나는 돌을 계속
던졌다. 거기에 반응하듯이, 사마귀도 그 양팔을 높게, 더욱 높게--- 이 딱딱하고 차가운 아스
팔트 위에서 강하게 사는 것이다! 사마귀의 그런 신념을 느낀 난, 사마귀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
자리를 뒤로 했다.

또 만나자구, 전사의 영혼을 가진 사마귀야…! 전사에 지지 않게, 나는 자전거의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강하게, 더 강하게.

뺨을 만지작거리는 바람이 기분좋다.

그 바람을 더 강하게 느끼고 싶어서, 페달을 밟는 다리에 더욱 힘을 가했다.
외운지 얼마 안되는 노래 "대니·캘리포니아"를, 모르는 곳은 적당히 얼버무려 흥얼거리며-



...어떻게 봐도 술주정꾼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