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9'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09/19 호빵맨 (22)
  2. 2007/09/19 디즈니와 토리야마 아키라 (42)
  3. 2007/09/19 계약사원 vs 과장 (55)
  4. 2007/09/19 드래곤 퀘스트와 어떤 형 (38)

호빵맨

5ch 컨텐츠 2007/09/19 23:41

중학교 때, 캐나다에서 온 영어 선생님과 사이가 좋아져서 쉬는 시간에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호빵맨 이야기를 하자, 호빵맨이 뭔지 모른다고 하길래

「그 남자의 머리는 빵으로 되어 있는데, 뇌는 없고, 달콤한 팥이 들어있어요. 그는 배고픈 사람에게 자기 머리의
  일부분을 뜯어 선물하고, 나쁜 녀석들과 싸웁니다. 물에 젖으면 약해지므로, 새로운 머리로 교체합니다. 그의
  동료로는 식빵과 카레가 들어간 빵이 있습니다」

라는 내용을, 바디랭귀지와 시원찮은 실력의 영어로 겨우겨우 설명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외국인답게 화려한
표정과 몸짓으로 반응을 보이며,

「Oh! 왓 더 퍽킹 크레이지 애니메이션!」

이라며 놀랬었다. 아무래도 그의 머릿 속에는 쇼킹한 혐오 애니메이션으로 연상된 것 같다w

드래곤볼이 대히트한 후, 그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씨에게 디즈니 스튜디오 측에서 이런 제의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디즈니 스튜디오 내에 전용 작업실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제작 기간 내의 모든 자질구레한
  사항은 디즈니 측에서 처리해드림은 물론 거액의 보수도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조건 하에 2년간 1개의 작품을 제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완성된 것이 불과 5분짜리 숏무비
  라고 할 지라도, 내용에 관해서는 일절 클레임을 걸지 않겠습니다」

라고 하는 믿을 수 없는 좋은 조건. 그러나 당시 토리야마 씨는 그 제의를 거절했다고 하는데-

거절한 이유는
「그렇게되면 작품에 대한 열정이 식기 때문에」라고 한다.

지난 해, 회사 망년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계약사원이었던 한 아줌마가 망년회에 자기 아이를 데려와서「모두들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할텐데, 남길거
나눠 먹으면 좋잖아요♪」하면서 거의 반 강제로 직원들 먹는걸 빼앗듯이 아이를 먹였다. (사실 애초에 그
아줌마는 계약직 사원이라 그 자신조차 망년회 인원에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마지막에는「호호, 보너스 받을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네요~」라면서 아이를 부추겨 용돈을 끈질기게 졸라
댔다. 만취한, 술버릇이 무척 나쁜 과장이 폭언을 해준 덕분에 막판에 좀 분위기가 썰렁해졌는데, 어쨌든 그
아줌마는 두번 다시 술자리에 부르고 싶지 않다.


용돈을 끈질기게 졸라댈 때도 모두들 쓴 웃음 뿐, 실제로 돈을 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아줌마가「모두들
너무 차갑네요」하면서 불평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과장이 대뜸,

「어이! 얘야! 돈 갖고 싶니? 자, 이 아저씨가 줄테니 이리 오거라!」하고 말했다.

애는 곧바로 과장한테 갔고, 과장은 500엔짜리 동전을 꺼낸 후  

과장「돈을 갖고 싶다면, 제대로 예의를 지켜야하는거야. 알았지? 거기 앉아」 하길래

우리는 내심 '아, 과연 과장님! 애들한테 제대로 어른한테 돈 받는 예의를 가르쳐 주려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장 「자, 따라해 봐.「주인님, 불쌍한 거지에게 자비를!」하고」
우리   (엑?! 그,그건 조금... 과장님!)
과장 「자, 그렇게 말하면서 이마를 바닥에 조아리거라. 해 봐」

아마 그 애는 그 행동의 의미도 몰랐을거라 생각하지만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어쨌든 좋아! 하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말하면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과장은 크게 웃으며 눈 앞에 500엔짜리 동전을 던졌다. 그와 함께

「자, 주워가져라!」

애는 웃으며 줍는다. 여기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아줌마는

「우리 애한테 뭘 가르치는거에요! 장난이라고해도 해도 되는게 있고 아닌게 있잖아요!」

과장 「뭐? 다른사람한테 돈 달라고 졸라대는게 거지가 아니면 뭔데? 거지를 거지라고 하는게 왜? 니 아들은
        이미 훌륭한 거지라구 거지! 돈 달라길래 줬을 뿐인데. 그게 불만이야?」

그 말에 아줌마는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했고, 망년회는 일촉측발의 위태한 상황으로... orz
내년에는 좀 더 평온한 망년회를 하고 싶습니다····

과장이든 아줌마든 둘다 참...

초등학생 시절, 당시 초 인기게임이었던「드래곤 퀘스트」의 최신작이 발매되었다.

초 인기작답게, 판매하는 가게 앞에는 굉장한 인파의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릴 지경이었다. 줄을 서서
기다린지 무려 몇 시간이 지난 후-   내 차례가 왔기에 너무 기뻐했지만, 뜻밖에 점원이 드래곤 퀘스트
하나만 달랑 팔지는 않고, 꼭 다른 게임 하나를 같이 사야한다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기대작의
경우 다른 판매량이 저조한 게임을 함께 끼워파는 악덕상술이 일부 가게에서 횡행했던 것이었다.

같이 묶어파는 게임은 이미 졸작으로 소문난 작품이었던데다, 한달에 고작 수백엔 정도의 용돈을 받는
나로서는 거의 1년 가까이 겨우겨우 드래곤 퀘스트만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아 가져왔으므로 내
지갑 안에 다른 게임을 같이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은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통곡했다. 그랬더니 내 뒤에 서있던 어떤 모르는 형이,

「아, 사실 나는 그 졸작을 사러 줄을 선거야. 그럼 우리 돈을 서로 반반씩 내서 사자구. 그래서 너는
  드래곤 퀘스트를 가져가고, 나는 그 졸작을 가져가면 되잖아?」

라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바보였기에 그저 어린 마음에

「와 마침 이렇게 딱 그 졸작을 사러 온 사람과 이렇게 줄을 설 수 있었다니! 럭키!」하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렇게 커서 생각해보니, 몇 시간 동안이나 줄을 섰는데 그저 눈 앞의 꼬마아이가 가엽다고 고작
졸작 하나만 달랑 하나 사서 돌아간 그 형의 위대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져.